나는 그대 삶 속의 상념들이
나뭇잎 되어 무성할 때
그 수많은 잎새와 줄기까지
남김없이 훑고 지나갈 그런 바람이다.
나는 이내 성난 바람이 되어
그대 삶 속에 함께해온 이기심, 분별심,
그리고
미움을 뿌리 채 뽑아 내팽개쳐 버릴 것이다.
그대는 이제
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거렁뱅이가 된다.
춥고 배고픈 그런 거지가 아니다.
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요 삼아
천지만물과 함께 더불어 사는 주인이 된다.
그대는 꿈을 꾸게 될 것이다.
꽃이 되어질 것이며
구름이 되어질 것이며
여자가 되고
님자가 되고
돌멩이가 될 것이며
먼지가 될 것이다.
그리고 마침내
온 우주로 변해갈 것이다.
그대
영원히 초라하지 않도록
끝없이 당당할 수 있도록
불필요한 모든 것을
남김없이 날려버릴 나는
바람이다.
글/ 정유찬